주니어 개발자를 팀에 둘 때의 장점은 그들이 시니어 개발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가죽 재킷을 입고 사라 코너를 찾아 집 문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AI가 인류를 파괴하려 한다는 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정작 우려되는 것은 주니어 개발자 역할을 없애려는 기묘한 움직임이다.
최근 기업들이 주니어 개발자를 채용하지 않고, 그들이 맡던 ‘단순 업무’를 AI로 대체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단편적인 발상이다.
필자는 스스로를 시니어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다른 시니어 개발자들과 마찬가지로 언젠가 은퇴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사실상 모든 시니어 개발자는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코딩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시니어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니어 개발자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분명하다. 만약 주니어 개발자가 없다면 결국 시니어 개발자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개발자라는 직책은 어디에 서있게 될까?
어쩌면 모든 코드를 AI가 작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니어 개발자를 내일의 시니어로 키워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런 말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울 정도다.
인력을 줄이고 싶은 유혹은 이해할 만하다. 주니어 개발자 한 명을 채용한 후, 온보딩을 거쳐 훈련하고 온전히 교육시키기까지는 수십만 달러의 비용이 들 수 있다. 더욱이 그들은 종종 지시한 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악의가 아니라 단순히 경험 부족 때문이다.
AI 코딩 도구라면? 엉뚱한 방향으로 튈 순 있지만, 첫날부터 바로 투입해 24시간 내내 가동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모든 시니어 개발자가 은퇴하기 전까지만 잘 작동할 것이다. 하지만 은퇴는 아직 수년 남은 일 아닌가? 혜택은 지금 당장 주어지고, 비용은 10년 혹은 20년 뒤에나 발생한다. 당장은 쉬운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팀 관점에서 생각하기
주니어 개발자를 두는 이유는 단지 미래의 시니어로 키우는 차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믿기 어려울 수 있지만 시니어 개발자는 종종 사고방식이 굳어져 있고 특정 사안에 대해 이미 결론을 내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 유능한 주니어 개발자는 팀의 고정된 분위기를 흔들고 신선한 관점을 불어넣을 수 있다.
주니어 개발자는 굳어져 가는 분위기를 새롭게 바꿀 수 있다. 단순히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팀에는 큰 도움이 된다.
반면 경험이 많고 말 그대로 ‘시니어’인 개발자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프로젝트가 오히려 흐트러질 수 있다. AI가 모든 ‘단순 업무’를 맡는다는 발상은 그럴듯하지만, 주니어 개발자가 전혀 없다면 팀원 모두가 기술 리드를 원하고 누구도 따르려 하지 않는 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팀 내 긴장이 높아지고 협업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선원은 없고 제독만 가득한 함대를 떠올려 보라. 모두가 전략을 내세우고 지휘하려 하지만 정작 배는 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일 것이다.
또한 시니어 개발자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조직은 ‘버스 팩터(Bus Factor)’의 위험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이는 특정 인력이 빠지는 순간 프로젝트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시니어로만 구성된 팀은 특정 지식이 한 사람에게만 집중돼 사일로화되기 쉽다. 반면 주니어 개발자가 있다면 시니어가 전수하는 지식을 두 사람의 머릿속에 나눠 담을 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모두의 사고를 더 날카롭게 만든다.
시니어 개발자가 주니어 개발자를 가르치는 과정은 팀 전체의 시야를 넓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오케스트라를 독주자로만 채우고, 2·3열 악기 자리를 신시사이저나 인공적인 소리로 메운다고 상상해 보라. 형식적으로는 음악이 완성될 수 있으나 점차 생명력을 잃고 기계적으로 들릴 것이다. 오케스트라가 진짜처럼 들리려면 질문하고 탐구하며 배우려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물론 키보드 신시사이저로 바이올린 섹션 전체를 흉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숙련된 연주자가 연주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깊이와 울림을 대신할 수 없다. 내일 ‘혼이 담긴 소프트웨어’를 원한다면, 오늘은 주니어 개발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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