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CEO가 같은 선상에서 임명됐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한 명은 다른 한 명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스톡옵션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라클은 지난 22일, 2014년부터 CEO를 맡아온 사프라 캐츠를 대신해 두 명의 공동 CEO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의 주목을 끈 것은 두 인물의 상반된 경력 배경이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이사회가 AI 전면 투자와 핵심 데이터베이스 사업 집중 전략 사이에서 위험을 분산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새 공동 CEO는 2014년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합류해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 사장을 지낸 클레이 매거크와, 오라클 인더스트리 사장을 맡으며 수직 애플리케이션과 적용형 AI 분야를 이끌어온 마이크 시실리아다. 다른 기업들의 공동 CEO 체제와 달리, 오라클은 두 사람 중 누구에게도 배타적 권한을 부여하지 않아 실제로 동등한 위치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오라클은 보도자료를 통해 “매거크와 시실리아 CEO는 오라클의 빠르게 진화하는 AI 데이터베이스와 클라우드 인프라 위에 업계 전반의 완성형 AI 애플리케이션 제품군을 함께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 CEO는 공동 성명에서 “기술 혁신이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와 초고속 성장을 이끄는 AI 시대에 오라클을 선도할 수 있게 돼 기대된다”리며 “AI, 클라우드 인프라, 수평 애플리케이션, 산업 애플리케이션에서의 결합된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신 AI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공개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문서는 매거크가 더 큰 역할을 맡을 가능성을 드러냈다. 문건에 따르면 매거크는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오라클 보통주 매입 옵션을 부여받았는데, 이 중 80%는 시간 경과형, 20%는 성과 기반형이었다. 반면 시실리아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억 달러 규모 옵션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시간 경과형 옵션은 4년에 걸쳐, 성과 기반형 옵션은 2028년 5월 31일까지 매출 지표 달성 여부에 따라 확정된다.
컨설팅 기업 인포테크리서치그룹의 애널리스트 스콧 빅클리는 “보상 규모만 보면 선두 주자는 매거크”라며 “81세인 래리 엘리슨 이사회 의장이 언젠가는 물러나게 될 것이고, 차기 후계자로 매거크를 점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오라클의 경영 문화를 깊이 보여준다. 엘리슨이 전체 지분의 40% 이상을 보유하며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구조 때문이다. 빅클리는 “엘리슨은 오라클을 강압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사실상 혼자 회사를 이끌고 있다”며 “따라서 일반적인 방식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오라클은 전형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레스터의 수석 애널리스트 악샤라 나익 로페즈는두 CEO의 역할 차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곧 드러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로페즈는 두 사람의 배경은 다르더라도 이들이 선택된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거크와 시실리아는 내부 출신으로 긴밀히 협력해온 경험이 있다”며 “내부 인사를 발탁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함께 일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인물들을 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큰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레스터의 부사장이자 리서치 디렉터인 로렌 넬슨은 이번 오라클의 인사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넬슨은 “매거크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조용히 혁신을 이끌어왔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아직 두 CEO의 역할과 권한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지만, 넬슨은 공식 발표가 임박했으며 10월 중순 열리는 오라클 AI 월드 행사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넬슨은 이어 두 경영진에게 부여된 스톡옵션 규모 차이가 각자가 이끌어온 사업부의 크기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각 부서 규모에 대체로 비례한 것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가트너의 부사장 겸 애널리스트 발라지 아바바툴라는 “두 CEO가 동일한 결정을 다루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전체 보고 체계에서 더 명확한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핵심은 “오라클이 이제는 AI 기업이라는 점이지만, 그 AI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바바툴라는 또한 넬슨의 의견에 동의하며, 스톡옵션 규모 차이는 두 CEO의 새로운 역할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경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바바툴라는 “시실리아는 지난 6월에야 사장으로 승진했지만, 매거크는 2014년부터 그 직급을 유지해왔다”라며 “이는 근속 연수 차이일 뿐이고, 그것이 스톡옵션 규모 배분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영 구도에 또 다른 변화를 더하는 점은, 현재 CEO인 캐츠가 CEO 직책에서 완전히 물러나 오라클 이사회 부의장직을 맡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캐츠가 향후 엘리슨의 의장직을 이어받을 수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오라클 발표문에서 그의 새 역할은 6번째 문단이 돼서야 언급됐다.
발표 직후 진행된 애널리스트 콜에서 캐츠는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고 오라클의 직원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환은 최근 오라클이 대형 잠재 계약을 확보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모든 것이 잘 돌아갈 때 전환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빅클리는 단기적으로 오라클 고객에게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오라클이 AI 전략을 경쟁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이는 오라클의 독특한 시장 위치와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같은 다른 하이퍼스케일러와 달리, 오라클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설치 기반을 유지하면서 그 위에 AI 서비스를 추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는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서로 고객을 빼앗거나 신규 고객을 대거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빅클리는 “오라클은 막대한 레거시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신규 고객 확보에 매달릴 필요가 없었다”며, 현재는 “이 레거시 고객을 클라우드로 전환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오라클이 AI 서비스에 대해 추가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점을 경쟁사와 차별화 요소로 꼽았다. 빅클리는 “최근 오라클의 AI 가격 정책과 계약 조건은 매우 관대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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