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 EU 반독점 조사 판결 앞두고 시정조치 제출···매출 10% 벌금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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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44분

SAP가 미국과 독일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더해, 핵심 소프트웨어 시장의 반독점 여부를 두고 규제 당국의 감시를 받으며 37억 달러 이상의 벌금 가능성에 직면했다. 이에 우려 해소를 위한 시정 조치를 EU 집행위에 제출했다.

SAP가 ERP 소프트웨어 사업 관행과 관련한 반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시정 조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사 결과에 따라 연간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시정 조치가 기업 고객이 오랫동안 제기해 온 불만을 다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만의 핵심은 복잡한 라이선스 조건, 비용을 높이는 묶음 판매 관행, 고객이 경쟁 벤더로 전환하기 어렵게 만드는 정책 등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SAP는 규제 당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공식 제안을 제출했지만, 구체적인 시정 조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 불만이 EU 조사 촉발

EC의 조사는 기업 고객 및 업계 단체가 제기한 구체적인 불만에서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독일 IT 사용자 협회(VOICE)는 2018년 10월 독일 연방카르텔청에 SAP의 라이선스 정책에 대한 공식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 협회는 지멘스, 아디다스, 폭스바겐 등 400개 회원사로 구성됐다.

VOICE는 특히 SAP의 ‘간접 사용’ 라이선스 정책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는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이 SAP 데이터에 접근하려면 고객이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협회는 해당 라이선스 조건이 기기와 컴퓨터 프로그램 간 자유로운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는 EU 소프트웨어 지침 2009/24/EC를 위반하며, 동시에 SAP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0년에도 미국 소프트웨어 벤더 버사타(Versata)가 EC에 SAP와 관련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버사타는 SAP가 상호운용 가능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으며, ERP 제품에 특정 소프트웨어를 묶어서 제공해 버사타가 주요 고객사에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버사타는 SAP가 ‘고가의 자사 소프트웨어’를 복제하고 점유율 높은 ERP 제품과 결합해 고객이 대안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강제했다고 비판했다.

EC의 다년간 조사

이 같은 불만을 토대로 EC는 ERP 시장 관행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진행해 왔다.

보도에 따르면 EC는 2022년 여러 기업에 설문지를 보내 ERP 애프터마켓 지원 서비스에 관한 상세 답변을 요구했다. 조사는 기업 소프트웨어 시장의 주요 벤더인 SAP와 오라클(Oracle)의 관행을 대상으로 했다.

EC는 기업이 기존 벤더와의 계약을 유지하거나 경쟁사로 전환할 자유가 있는지, 고객이 지원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 및 맞춤화할 수 있는지,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 전환할 때 어떤 장벽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또한 SAP와 오라클이 사업 과정에서 경쟁사를 비방했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시장 지위 유지가 중요한 이유

SAP는 글로벌 ERP 시장에서 오랜 기간 지배적 위치에 있었다. 기업들이 핵심 시스템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면서, SAP는 규제 당국의 집중적인 감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졌다. 시장조사기관 앱스런더월드(Apps Run the World)에 따르면, 오라클은 지난해 처음으로 ERP 애플리케이션 매출 87억 달러를 기록하며 86억 달러에 머문 SAP를 넘어섰다. 이로써 SAP가 40여 년간 유지해 온 선두 지위가 바뀌었다.

막대한 재정적 이해관계

지난해 SAP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370억 달러를 기록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EU 경쟁 당국은 반독점법 위반 시 해당 기업에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기준을 적용하면 SAP에는 37억 달러 이상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는 상당한 재정적 파급 효과를 낳는 수준이다.

SAP는 현재 전략적 전환과 관련해 특히 민감한 시기에 있다. SAP의 클라우드 매출은 2024년 25% 증가한 186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클라우드 ERP 제품군 매출은 33% 성장한 153억 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시장 부문에서 경쟁적 입지를 유지하는 것이 SAP에게 매우 중요한 만큼, 이번 리스크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시다발적 법적 분쟁

한편 SAP는 여러 국가에서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SAP는 지난 6월 데이터 기술 기업 테라데이터(Teradata)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과 관련해, 재판이 필요하다는 하급심 판결을 재검토해 달라고 미국 연방대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테라데이터는 SAP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SAP는 독일 프로세스 마이닝 기업 셀로니스(Celonis)가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도 대응하고 있다. 최근 법원은 셀로니스의 일부 주장을 기각했지만,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을 이어갈 수 있게 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