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 전문직 비자 수수료 100배 인상···글로벌 IT 인재 전략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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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35분
예산 책정IT 관리아웃소싱

분석가들은 기업이 새로운 비자 비용을 그대로 떠안기보다는 해외 아웃소싱 모델 도입을 가속화하고 벤더 계약을 재구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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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Gorodenkoff / Shutterstock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H-1B 전문직 비자 신규 신청에 10만 달러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현행 1,000달러에서 100배가 증가한 금액이다. 분석가들은 기업 IT 부서의 경제 계산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결정이라고 진단하면서, 기업이 수수료 인상에 적응하기 위해 해외 아웃소싱 도입을 가속화하고 벤더 관계를 재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수수료 인상은 지난 21일부터 신규 신청자에게 적용됐다. 사이버보안, 클라우드 아키텍처, 데이터 엔지니어링, AI 등 전문 직무를 H-1B 비자에 의존하던 기업 IT 부서는 단순한 예산 조정을 넘어 글로벌 IT 서비스 조달 방식을 재구상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10만 달러라는 금액이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 연간 영향은 더 복잡하다. 포레스터(Forrester) 부사장이자 리서치 디렉터 아슈토시 샤르마는 “H-1B 비자의 전체 기간(6+1년)을 고려하면 연간 비용은 약 1만 5,000~1만 6,000달러 수준”이라며 “고객이 해외 아웃소싱 대신 미국 내 업무 인력을 고집할 경우, 앞으로 벤더는 시급 5~7달러의 추가 비용을 책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IT 예산으로 환산하면 그 영향은 좀 더 구체적이다. 중견 금융 서비스 기업이 H-1B IT 인력 100명을 고용한다면 신규 채용 비용은 연간 1,00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 지난 6월 기준 H-1B 직원이 1만 4,000명 이상인 아마존(Amazon)의 경우 신규 채용 비용 부담이 14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 비용을 그대로 떠안지는 않을 전망이다. 샤르마는 “불가피하지 않은 한 어느 누구도 10만 달러 비자 수수료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아웃소싱 전환 가속화

분석가들이 예상하는 가장 즉각적인 대응은 이미 확산되고 있는 해외 아웃소싱(offshore) 개발 모델의 가속화다. 에베레스트그룹(Everest Group) 파트너 악샤트 바이드는 “단기적으로, 즉 몇 개월에서 한 분기 안에 일부 업무가 해외로 이전될 수 있다. 대부분의 계약에 유연한 서비스 조달 조항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정 조정은 업무 복잡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레이하운드리서치(Greyhound Research) 수석 애널리스트이자 CEO 산치트 비르 고기아는 “기업들은 빠르게 임시 대응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재설계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분기 내에 캐나다나 동유럽에 근접 거점을 마련할 수 있으며, 일부 역량 센터 모델은 약 3개월 내에 가동 준비를 완료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전면적인 전환에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기아는 “IT 포트폴리오 전반의 서비스 조달 모델을 바꾸려면 계약 재협상, 거버넌스 내재화, 팀 재훈련이 필요하며, 이는 보통 1년 이상 걸린다. 이번 수수료 인상은 이미 진행 중이던 전환을 단지 더 가속화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해외 아웃소싱은 이미 인도의 인재 시장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아드바이타베단타 컨설턴츠(Advaita Bedanta Consultants)의 디렉터 샬루 빈드리시는 “인도의 글로벌 역량 센터(GCC)와 아웃소싱 개발 센터(offshore development centers, ODC)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인도 내 오피스 임대료 상승과 인재 수요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계약 구조 재편

수수료 인상은 IT 서비스 계약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고기아는 “기업이 이번 추가 비용을 조용히 떠안을 리는 없다. 대신 계약은 3가지 방향으로 재작성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첫째는 비자 스폰서십 결정으로, 해외 아웃소싱이나 자동화로 대체할 수 없는 직무에만 매우 선택적으로 이뤄진다. 둘째는 가격 책정 모델의 변화다. 이제 리스크 공유 조항이 반영돼 비자 관련 비용 노출이 투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셋째로 비용은 이제 성과와 더 밀접하게 연계되며, 자동화에 따른 비용 감축이 일부 인건비 증가분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기아는 “단기적으로 일부 고정 가격 계약은 업체가 비용을 감당하겠지만, 대규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에서는 계약 중간 수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일은 기술 유형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릴 수 있다. 그는 “특화 기술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지만, 일반적인 ADM(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유지보수) 분야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재 격차 문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인재만으로 전문 직무를 채우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샤르마는 “미국은 자체적으로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라며, 2010년부터 2019년까지 STEM 졸업자는 4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STEM 분야 외국인 비중(주로 인도와 중국 출신)은 2배 이상 늘었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이 격차는 특히 AI와 사이버보안처럼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바이드는 “해당 영역에서 숙련된 인재 공급 부족은 이미 심각하다. 신입 졸업생이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될 수 있으려면 몇 년이 더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전략적 시점과 시사점

포춘 500대 기업은 단기적으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기아는 “현장 순환 배치를 기반으로 하던 프로젝트는 인재 재배치, 거점 변경, 혹은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기적 전망은 혼란보다는 적응에 가깝다. 고기아는 “12~18개월이 지나면 새로운 조달 모델이 안정화되고, 효율성이 개선돼 추가 비용분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계속 진행되겠지만, 이사회가 탄력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모델로 재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샤르마는 대기업에는 당장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12개월 정도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포춘 500대 기업의 GCC가 인도에서 채용을 늘려 영향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 변화는 기업의 지리적 다각화 전략도 앞당기고 있다. 공공정책 컨설턴트 프라산타 K 로이는 “인도 IT 업계는 미국 의존도를 시급히 줄여야 하고, 미국도 계약을 맺을 수 있는 EU 같은 대체 거점을 확대해야 한다. 수년이 지났지만 인도 IT 서비스 수출의 60%가 여전히 미국에 집중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로이는 이번 수수료 인상이 프로젝트의 비용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예산과 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빅테크와 포춘 100대 기업이 미국 행정부에 강력히 압박을 가해, 이번 조치가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본다”라고 분석했다.

로이는 이 문제를 더 넓은 전략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그는 “이미 피해는 발생했다. 트럼프의 잦은 정책 변동은 불확실성을 키우고, 미국 기업들로 하여금 GCC 설립 및 확대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분석가는 장기적으로 이번 변화가 혼란이 아니라 더 견고한 조달 모델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고기아는 “포춘 500대 기업은 단기적 마찰에 대비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탄탄한 조달 모델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10만 달러라는 수수료는 파괴적이지만, 혁신을 좌초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회복력 있는 기반 위에서 진행되도록 밀어붙이는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dl-ciokorea@foundryco.com